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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끄적끄적 2014. 12. 15. 11:05

(석율백기) 남은 자리

죽을 것 같은 고통이란 이런걸까 라고 백기는 생각했다. 제 하부는 이미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얼했고, 씹히고 물어뜯긴 곳곳의 피부가 쓰렸다. 무엇보다도- 뱃가죽 안쪽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열기는 제 온 내장은 물론이고 뇌까지 얼얼하게 녹여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제 위에 있는 사내의 아이같이 천진한 미소로 눈가에 쪼아주는 입맞춤에 비로소 안도하게 되는 제 몸뚱이를, 머릿속을, 마음을 어찌할 줄을 몰라 백기는 눈을 감아 버렸다.

 


남은 자리
(석율백기)

 


"장백기 좋은 아침!"

 

체중을 실어 어깨에 걸쳐지는 팔에, 허리가 지잉- 하고 울렸다. 순간 뻗뻗하게 굳는 몸에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 같아, 백기는 석율을 살짝 노려보았다. 아차싶은 석율이 어깨 동무한 손으로 그대로 미안하다는 듯 백기의 팔을 쓸어 내려주며 허리를 살짝 감아 단단히 잡아 주었다.


"미안, 많이 안 좋아?"

"좋겠습니까? 어제 몇시까지 그러다 간줄은 기억해요? 한석율씨 체력이 굉장히 좋으신가봐요. 아주 멀쩡하시네"

"아니- 나는 금방 끝내려고 했지... 끝내려고 했는데 나 붙잡은건 자기잖어. 응? 그리구 그냥 자구 간다는걸 기어코 얼른 씻고 옷 갈아입고 출근하라고 내쫓은게 누군데 그래. 장백기씨 너 나 아니었음 어제 엄청 곤란했을거면서 이러기야?"


허리에서 아픈 곳을 기가막히게 찾아내서는 주물주물 마사지해주며 얄미운- 그렇지만 거짓 없는 소리를 주절거리는 석율이 미워서, 백기는 석율의 팔뚝을 맵게 내리쳤다. 금방 울리는 몸에 소리없는 비명을 속으로 내뱉었지만. 남의 속도 모르고 석율은 '백기씨 왜그래? 그러게 왜 무리하게 힘을 쓰고 그래. 폭력은 안 좋은 거라니깐. 봐봐요 응?응?' 하고 고개를 드리밀고 있다. 간신히 오전에 회의가 있어서 준비해야 한다면서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내빼는 백기의 뒷 모습을 보며 석율은 늘 그렇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휘휘 저었다. '쫌있다 옥상에서 담배 한대 해 백기씨!'


"칠칠치 못하기는. 목에 자국 다 보이는데."


흐뭇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뒤돌아 16층으로 향하는 석율의 발걸음이 가볍다. 제것이라는 표시로 남겨둔 목의 울혈은 물론이고 어깨동무하며 맡은 백기의 목덜미의 체취는, 어제까지 풍기던 달콤한 향이 아닌, 자신의 몸에서 나는 알싸하고 시원한 향으로 바뀌어 있었다. 당분간 기웃거리는 알파나 베타는 없겠지. 우리백기씨 큰일이야. 그렇게 달달한 향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니 내가 낼름 안 집어가구 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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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율/백기. 오메가버스 세계관
우성 알파 석율이, 열성 오메가 백기. 누가 봐도 바늘 하나 들어갈 것 없는 알파처럼 생겨서는 소녀같은 속내같이 오메가인 백기. 가정교육 잘 받은 모범생 답게 어려서부터 오메가로서 몸가짐도 잘 배운데다 열성 오메가라 체향도 별로 강하지 않은 백기의 페로몬향을 석율이가 히트싸이클 기간에 기가막힌 감각으로 나홀로 캐치하고 날름 잡아먹는다는 썰.
석율이는 능글능글하고 속내도 검지만, 속이 말랑말랑하고 순한 백기한테는 다정하고 따뜻하게 굴었으면 좋겠다. 추워서 빨갛게 달은 손을 슬쩍 보고는 얼른 잡아서 자기 주머니에 넣어 준다든가... 백기가 부끄럼에 안그래도 추워서 빨간 귀가 더 빨게지면 웃으면서 귀에다 입맞춰 주겠지.....

제목에 대한 얘기도 쓰려고 했는데 뒷 얘기를 못 풀어내는 바람에 그냥... 근데 새드엔딩으로 생각한건 아님ㅇㅇ 새드엔딩 싫어여... 해피해피가 좋다능... 이 글은 뒷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합쳐서 긴 글 카테고리로 옮겨야지.

해준백기 글좀 써보려고 블로그까지 팠으나 석율백기... 이미 잣잣한 사이잖아요... 막 사람 있거나 말거나 더듬는 사이잖아요... 안 쓸 수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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