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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긴 글 2015. 3. 24. 09:44

(영도효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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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끄적끄적 2015. 1. 20. 11:51

(하성준식) 치정, 그 후

한바탕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원인터네셔날 16층은 침묵에 휩싸였다.
정확히는 침묵이 아니라 각자의 메신저에 오늘의 사건을 옮겨 담느라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요란했다.
그리고 그 파도의 진원지인 준식은 양 손이 하얘지도록 꽉 쥔 채로 회의실에서 쓴 소리를 듣는 중이었다. 가끔 부장이 버럭 화를 내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했다. 처신을 어떻게 하는 거야 성 대리!! 고함소리는 회의실 밖으로, 그리고 사내 메신저를 타고 이제는 사옥 전체로 돌고 돌고 돌고있었다.

"으이구 화상. 그렇게 얄밉도록 처세하고 다니더니 어째 이런 건 허술하게 걸리고 다녀요."

제 사수의 행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석율은 고개를 휘휘 저으며 혼자만 들릴 소리를 중얼거렸다. 하고 다니는 꼴이 한 마리 나비, 아니 나비는 너무 예쁘니까- 나방 처럼 팔랑팔랑 거리던 사수는 꽃놀음인줄 알고 뛰어들었다가 촛불도 아니고 장작불에 시꺼멓게 재가 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저래놓고 다시 회사를 다니면 진짜 내가 성준식 저 또라이 인정. 완전 철판왕인거 인정한다 정말.

그 때, 16층으로 누군가 허겁지겁 들어온다. 분명히 16층의 일이 온 회사에 다 퍼졌으니 모두들 궁금해 하고는 있지만, 사건이 망측스럽기 이를데 없는 뒤에서나 씹기 딱 좋은 소재라 아무도 차마 올라오지는 못했는데 누굴까. 그러나 석율이 파티션 위로 고개를 들지 않아도 워낙에 좋은 풍채는 잘만 보였다. 자원팀의 하성준 대리, 안영이의 사수다. 석율의 파디션 옆으로 다가온 하대리는 석율을 보며 슬쩍 회의실 쪽으로 고개짓을 한다. 아직 안에 있냐는 뜻이었다. 석율이 고개를 끄덕이자 쯧, 작게 혀차는 소리를 하고는 대답하듯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다시 뒤돌아 나갔다.


헤에- 동기사랑이라 이건가. 이런 때에도 꽤나 끈끈하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모니터의 사내 메신저에는 두 명의 사람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김동식], [장백기] 읽지 않아 깜빡이는 메신저 창 중 하나를 켰다. [장백기: 강대리님 표정이 장난이 아닌데 16층 분위기 어떱니까, 한석율씨?] 읽지 않은 나머지 메시지 하나가, 보낸이가 빨리 읽고 답변을 달라는 듯 메시지의 갯수가 늘어나 숫자가 올라가고 계속 깜빡깜빡거렸다.
잠깐 사이에 세 명의 대리들의 성격이 어떤지 알고도 남을 것 같아 석율은 분위기에 맞지는 않지만 너털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직접 온 건 하대리님 밖에 없네. 제 동기한테 먼저 답하기 위해 움직이는 손가락에 의해 석율의 키보드도 다른 사람의 것처럼 타닥타닥 바쁘게 움직였다.

 

 

 


어휴 등신-, 천하의 병신같은 새끼. 그러게 아랫도리 간수 잘 하고 다니라니깐 유부녀가 뭐냐.
16층과 17층의 비상계단 사이층에 쭈그리고 앉아 성준은 비맞은 중마냥 욕을 중얼중얼 거렸다. 물론 준식에 대한 욕이었다. 잠깐 외근 다녀온 사이에 회사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섬유팀 성준식 대리가 유부녀랑 바람을 폈고, 그래서 그 남편되는 사람이 와서 16층을 뒤집어놓고 갔다는 소문은 이미 전 사옥에 여섯 바퀴는 돌고 난 후였다. 15층에서는 이미 친한 무리들끼리 여기저기서 모여 그 일을 간식삼아 열심히 씹어대느라 바빴다.

개새끼. 그러고 발정난 개처럼 달랑거리고 다니다 큰코 다친다고 내가 그렇게 몇번을 경고했건만. 팔랑거리고 돌아다닐 때 알아봤다. 성준은 담배가 말렸다. 지금이라도 흡연실로 가서 담배라도 한 대 폈으면 좋겠는데 이제 곧 성준식이 나올 때가 됐다. 그 성격에 쪽팔린건 못참으니 자리 지키는 건 못할거고 여기로 올거다. 지 수틀리는 일 있어서 찡찡거리면 여기서 성준을 만나는 것이 둘 사이의 암묵적 약속이었다. 우습네, 약속이라니. 여자라면, 아니 정확히는 비싼거 좋은거라면 사족을 못쓰고 여기저기 가볍게 구는 새끼 두고 뭔 싸구려 로멘스냐. 성준은 자조했다. 담배가 간절했다. 담배가 아니라 술이라도 진탕 마시고 싶었다.


끼익-


얼굴이 퉁퉁 부은 성준식이 들어왔다. 아마 화장실에서 얼굴이라도 씻고 온듯 물기가 어려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단추 몇개는 어디로 나가떨어졌는지 없고, 눈가와 뺨에는 알록달록한 멍이, 입가에는 피딱지가 총천연색이었다.


"병신 새끼 꼬라지 봐라. 이젠 좀 정신 차렸냐?"
"내 염장 뒤집으러 온거면 그냥 조용히 꺼지지? 충분히 좆같거든 지금?"


대뜸 욕부터 하는 성준에게 준식도 지지 않고 발끈한다. 저 성질머리는 암튼 지금 같은 때도 죽지를 않는다. 17층 쪽으로 오르는 계단에 걸터 앉아 있던 성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내려와 여기저기 쓸리고 멍든 얼굴을 휘휘 살펴본다. 턱을 잡은 거친 손길에 어디가 터졌는지 준식이 아프다고! 또 빽빽 거린다.


"쯥- 닥치고 가만히 좀 있어봐. 너 여기 도망왔다고 온 회사에 소문낼래? 와 개새끼 그렇게 화려한거 좋아하더니 아주 얼굴이 알록달록 난리도 아니네. 이꼬라지를 하고도 잘도 아직 회사에 있다 너? 그래서 자리는 어떻게 하고 왔는데?"
"급한 일 없어 지금. 씨발 급한일 있어서 외근이라도 나가있었음 좋았을건데-"


뭘 잘했다고 떽떽거리던 준식이 고개를 푹 숙인다. 어찌저찌 자리를 두고 빠져 나오긴 했는데, 다시 돌아갈 자신은 없는 모양이었다. 어휴 병신같은 새끼, 감당도 못할 짓을 저지르긴 왜 저질러.


"좀 봐봐, 너 의무실이라도가...ㄹ.."
"왜, 온 회사에 얼마나 쳐맞았는지 광고하게 사진이라도 찍어서 인트라넷에 올리라고 하지 그래?"


성질을 빽 내는데 덩달아 성질이 난다. 새끼야 니가 자초한 일을 왜 나한테 성질을....
버럭 화를 내려는데 푹 수그든 고개가 위 아래로 떨린다. 머리도, 작은 어깨도, 작은 등도.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에라이 병신. 성준은 준식의 팔을 잡아 끌어 품에 안았다. 터진 상처가 쓸린듯 움찔한 성준의 눈에선 눈물이 본격적으로 그렁그렁 더 나와서 성준의 품을 적셨다. 맞을 데도 없으면서 맞고다닐 짓은 대체 왜 하는거냐 바보같은 성준식아. 가만가만 등을 쓸어주며 하는 소리에 히끅 거리면서도 대답은 못한다. 창피한거다. 어떻게 안 창피할 수가 있겠어. 나만 아껴주는 이 새끼를 두고 좋은 시계에 좋은 옷 사준다는 소리에 팔랑거리며 여기저기 쏘다니다 이꼴 난건데. 준식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냥 손을 들어 성주의 셔츠만 꽉 쥐었다. 그래도 곧 죽어도 잘못했단 소리, 미안하단 소리는 못한다. 성준이 손을 들어 헝클어진 머리를 이리 저리 정돈했다. 그 손길이 투박한 손에 어울리지 않게 퍽 다정했다.

 


"야 너, 성준식아"
"왜"

울음이 잦아들자 성준이 답지않게 가만가만 부른다. 준식도 답지 않게 얌전하게 대꾸한다.

 

"내가 내 카드고, 월급통장이고 다 니 준다그러면 너 그냥 나한테 올래?"
"뭐래 병신이"
"니 돈 좋아하잖아. 내가 너보다 인센티브도 적게 받고 그러긴 한데 나도 나름 괜찮게 벌지 않겠냐? 그거 다 너 주면 너 그냥 안 쏘다닐 수 있겠냐? 넌 돈이 좋고, 난 니가 좋으니까 괜찮지 않냐."
"...."
"진짜 이짓거리도 못해먹겠다. 너도 쪽팔리잖아. 쪽팔릴짓 하지 말고 나랑 연애든, 섹스든, 쇼핑이든 뭐든 둘이만 하자 그냥"
"..."
"..응?.."
"....싫어.."


품에서 벗어나지도 않으면서, 웅얼웅얼 하는 주제에 잘도 거절하는 준식 때문에 허탈해진 성준은 준식의 양 어깨를 붙잡고 품에서 잠깐 떨어트려 얼굴으 본다.


"왜, 부족하냐"
"니를 어떻게 그런 취급하냐 병신아. 그여자들은 내 지갑이고, 너는 내 친군데."

 

할 말이 없다. 너는 내 친군데. 치사한 새끼 뭐라고 하지도 못하게 만들고 있네. 성준의 속이 속이 아니게 착찹했다. 얼마간 그러고 있다가 이번엔 준식이 어깨에 있는 성준의 손을 떼어낸다. 나 먼저 들어간다. 고마워 너 빌려줘서.

 

"야-"
"왜."
"너 사표 쓸거냐?"
"미쳤냐. 이직하더라도 소문 꺼지기 전까지 국으로 버티다가 이직해야지"
"암튼 미친새끼. 너 답다. 너 너네 과장님한테 잘해라. 아까 보니깐 니네팀만 조용하드만."
"알어 나두."

 


끼익- 다시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준식의 작은 몸이 쏙 사라진다. 눈으로 그 모양을 다 쫓던 성준은 문이 완전히 닫히자 마자 머리를 헝클어 트린다. 한숨이 크게 쉬어진다.


"차라리 지갑이라도 됐음 좋겠다. 좆같은 친구. 씨발"


담배가 다시 말렸다. 이젠 기다릴 이 없는 성준은 그대로 계단을 밟고 올라간다. 옥상에 가서 담배라도 한 대 피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다. 한 계단, 한 계단 밟으면서 입에서는 욕지기가 뱉어졌다. 씨발놈. 그냥 좀 져주지. 친구? 씨발 언제부터 입맞추고 몸부대끼는 사이도 친구가 됐냐. 시발.

 


자리로 돌아가지 않은 준식은 비상계단 바깥에서 문에 그냥 기대있다. 무슨 소린지는 알 수 없지만 성준의 목소리가 웅얼웅얼 발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진다. 병신아 너를 어떻게 그렇게 취급해....


"내깟게 뭐라고 니 애인을 하냐."

 


 

 


+


준식은 요란한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 하루종일 예민했던 탓에 수면안대를 쓰고 별짓을 해도 잠이 안와 수면제까지 한 알 먹은 상태라 머리도, 눈꺼풀도 무거웠다. 끈질긴 초인종 소리는 끊길 줄을 몰랐다. 잠이 깰 정도면 얼마나 저걸 눌렀단 소릴까. 무거운 몸을 일으키는데 이제는 문까지 탕탕탕 쳐댄다. 아니, 치는게 아니라 걷어 차는 것 같다.


"성준시익... 준식아"


문을 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아니, 애초에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이 시간에 저렇게 쳐들어 와서 문을 두드릴 사람은 자기가 아는 이 중 오로지 성준 뿐이었다.


"미친놈아 지금 몇신줄 알고...읍.."


문을 열고 낮은 목소리로 왈칵 화를 내려는데 양 팔목이 잡혔다. 그대로 현관 안으로 성큼 들어와 들이대는 입에 치아끼리 부딛혀 이가 얼얼했다. 연고를 발라 겨우 피딱지가 진 입술이 다시 터진듯 쓰렸다. 그리고 현관이 닫히는 소리가 신호가 되듯 들어와 다 터진 입안을 쓸어오는 거친 혀에 준식이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을 냈다. 그 소리에 입술을 떼고 자신을 바라보는 성준의 눈에 준식이 흠칫한다.


두 눈에 물기가... 아니 물기 어린 눈 속에는 형형한 불기가... 기겁한 준식이 얼른 팔목을 털어내고 몸을 빼려고 했지만 성준이 더 빨랐다. 양 손에 힘을 꽉 쥐니 팔목이 얼얼했다. 안 그래도 여기저기 멍을 달고 있는데 팔목에도 꼴사나운 멍이 추가될 것 같았다.

 

"야..야..! 이 미친놈아..!"

 

퍼뜩 겁이 난 준식이 눈을 질끈 감고 밀어내 보았지만 꼼짝달싹도 안한다. 타고난 체격도, 근력도 상대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은 해왔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술에 푹 절여진것 같은데 힘은 더 세진 것 같다. 아니, 나한테 제 힘을 다 쓴 적이 없으니 이게 원래 성준의 힘이려나. 아직 수면제의 기운이 가시지 않아 무거운 몸이 속절없이 뒤로 밀린다. 손목을 꽉 쥐고 다가오는 얼굴을 피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보지만 돌아 오는건 피식 웃는 비웃음 뿐이다.

 

 "턱주가리 붙잡혀서 할래 아님 그냥 할래? 난 강제로 입맞추고 그런 취미는 없거든?"

 

니가 하는건 지금 강제가 아니면 뭐 짝짝궁이 맞아서 하는거냐 이 싸이코패스 새끼야!! 버럭 화를 내려고 하다 아차, 말렸다 싶었지만 피할 새도 없이 입이 맞춰졌다. 두 입술이 퍼즐의 볼록한 부분과 오목한 부분처럼 꽉 맞아 맞물려왔다. 그리고는 뒤로 뒤로 뒤로... 어느새 침실로 왔는지도 모르게 뒤로 쓰러졌다.

 

"성준식. 성준식아- 준식아. 너랑 나랑 친구 아니야. 친구? 좆까지마. 너랑 내가 언제부터 친구였어. 이러는데도 너랑 내가 친구야? 새끼야 말해봐"


목덜미와 가슴팍을 물어뜯으며 오열하는 성준의 목소리가 너무 슬퍼서, 준식은 차마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몸부림치던 몸에서 힘이 빠졌다. 얌전히 쏟아지는 거칠고 슬픈 성준의 몸짓을 받아들이며 준식은 보이지 않는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하성준아- 내가 너무 많이 왔어. 내가 너무 닳아 빠진새끼라, 도저히 안 되겠어. 니가 정신 차리고 나 버리고 가면 진짜 죽을 것 같아서 도저히 못 하겠어.


전하지 못하는 변명이 입에서 맴돌았다. 변명은 말이 되어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저 신음 소리만 방안을 슬프게 울릴 뿐이었다.

 

 

 

---
불륜에 의한 치정 사건 그 후. 얘네는 서로 마음이 있어도 이렇게 몇번은 밀어내다가야 겨우 만날 거 같아. 일방적으로 성준식이 밀어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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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끄적끄적 2014. 12. 18. 13:52

(석율백기) 물고기

어렸을 적 내 꿈은, 물고기가 되는 것이었다.

주말을 달구는 예능에 나오는 앙증맞은 여자 아이의 소망을 나도 꼭 그 아이의 나이일 때 즈음에 꿈꿨었다.
언젠가 부모님과 함께 보던 TV에 나오는, 사위에는 수평선만이 존재하는 파랗다 못해 검은 빛이 도는 어느 바다에서, 나는 거칠것이 없이 자유롭게 헤엄치고 싶었다.

 

 


물고기

(석율백기)

 

 

 


아- 짧은 탄식과 함께 움찔하며 잠에서 깼다. 또 그 꿈이다. 파란 바다를 물고기가 되어 자유롭게 유영하는 꿈. 쾌속정과 같이 빠르게 수면 아래를 미끌어져 움직인 나는 태평양 어느 한가운데의 다랑어였을까. 한석율과 밤을 보낸 첫 날부터 나는 그와 하는 날 항상 이 꿈을 꾸곤 했다.

 

"으응... 깼어? 몇시야?"

 

뒤척임에 잠에서 살짝 깼는지 그가 내가 기대고 있던 팔을 좀더 조여 어깨를 감싼다. 몸을 반 바퀴 돌려 끌어안아 맨 등을 쓰다듬는 손이 따듯하다.

 

"아직 밤중이에요. 좀 더 자둬."

"왜 자꾸 밤 중에 깰까... 아직 애기라 그런가?"

 

더 자두란 말에도 이미 잠에서 조금 깨어났는지 말을 더 건다. 능글맞게 물어오는 속에 묻어나는 걱정에 그냥 불면증기가 조금 있다고 둘러댔다. 항상 같은 꿈을 꿔서 깬다고 하면 걱정할게 뻔했다.

 

"따듯한 물 조금 마시고 자면 괜찮아. 석율씨도 얼른 자요. 내일 출근해야되잖아."

 

팔을 풀고 품에서 벗어나자 고개를 끄덕이며 베개에 다시 얼굴을 묻는다. 잠들면서도 장난스럽게 얼른 물만 마시고 와서 일로 안기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잠자리를 갖는 날이면 항상 품에 안고 잠에 든다. 다정한 사람임과 동시에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다. 그게 좋아서 계속 만나고 있다. 전기주전자에 올린 물을 미지근하게 만들어 마신 후, 나는 다시 그의 품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팔을 껴안자 풀어내 팔베개를 해주고 남은 팔로 허리를 끌어 안는다. 나를 빈틈없이 감싸주는 이 안온함이 좋다. 그렇기에 자꾸만 잠을 방해하는 꿈조차 그의 품에서는 달콤한 꿈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


"물고기?"

내린 커피를 내밀며 되묻는 목소리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고개를 작게 두어번 끄덕여주곤 커피를 호록- 마셨다. 딱 알맞은 맞과 온도다. 같은 기계가 내리는 커피이지만 그가 만드는 커피는 유독 더 맛있다.


"정확히는 물고기- 인것 '같아요'. 나는 내 모습을 못보고, 그냥 바닷 속을 빠르게 헤엄친다는 느낌이 드니깐."

"근데 왜 물고기야? 고래나 뭐 그런 것도 있잖아. 거북이도? 그러고 보니 거북이 잘 어울리네. 내 거북이 우리 장백기"

"헤엄치는게 이렇게 그랬거든요. 고래나 거북이는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그리고 제가 왜 거북입니까. 저 안 느립니다."

 

손으로 물고기가 움직이는 모양을 표현하는데 덥썩 잡는다. 뒤에 이어지는 질문과 항변은 무시한채 잡은 손을 꾹꾹 눌러주고 빙글 웃는다.

 

"왜 안느려. 장백기씨 진짜진짜 느린데. 내가 몇달을 관심있다, 좋아한다 그렇~게 티를 내고 신호를 보내도 모르고, 뽀뽀를 해도 모르고, 술김이란 핑계로 키스 해도 모르고, 나랑 자고 나서도 몰랐잖아. 세상에 그렇게 공들이고 예뻐해줘가며 섹스해줬더니 기껏 하는 소리가 '한석율씨 애인이랑 할 때는 꼭 크림이든 윤활제든 사놓고 하세요. 아픕니다.'라니. 나는 첫뽀뽀 때부터 날짜를 세고 있었는데 말이야. 뽀뽀가 우스워? 발랑 까져서는."

 

진심으로 억울하다는 듯 과장된 한숨을 푹푹 쉬는 모양이 능글맞다. 그건 느린게 아니라 둔해서 그래요! 항변하자 너 니가 둔한 건 아는구나! 하고 밝게 대꾸해준다. 말싸움으로는 한석율을 이겨낼 재간이 애초에 없을 것이다. 금방 체념하고 그래요 그래요, 나 둔합니다. 한다.

 


"장백기, 나는 여우같은 마누라보다 곰같은 마누라가 더 좋아. 그리고 나 니모도 좋아해."


휴게실을 나서서 나는 내 자리로, 한석율은 16층으로 돌아가는 중 빙글 돌아서는, 갑자기 저 말만 툭 해주고는 과장되게 손을 흔들면서 그럼 퇴근시간 맞으면 만납시다 백기씨! 하고는 살랑살랑 돌아간다. 말을 되새기고는 금방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는 것이 아직까지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마음 속은 포슬포슬 따듯한 기운이 퍼지는거 같아서 남은 오후 시간 내내 즐거운 마음이 남았다.

 

*

 

"흐응- 아-"

"여기 엄청 예민해. 왜이렇게 가슴으로 느껴? 우리 백기씨 알고 보면 마음만 소녀같은게 아니라 진짜 소녀인가?"

"흐응- 장난하지 말고. 하 거기..거기요..."

 

그와의 잠자리는 보통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 가끔 나는 모를 이유로 수틀리면 짖궂은 정도가 심해지고 끈질기게 괴롭히지만, 보통은 한 두번의 사정과 간단한 샤워로 마무리 하고는 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닌 것 같다. 벌써 세 번째인데, 그는 이번으로 마무리 지을 생각이 없어보인다. '진짜 소녀인가 한 번 보자-' 하고 다리를 벌려 고개를 내밀길래 기겁을 하며 다리를 오무려 보지만 어림없다는 듯 잡은 팔에 힘을 준다. 방금전까지 자신의 것이 왔다갔다 한 곳을 살펴보는 그의 눈에서 즐거움이 보여 부끄러움에 몸둘바를 모르겠다. 이내 다시 손가락으로 주변을 둥글게 만져서 애를 태우고는 콘돔을 뜯고 그것을 씌운 자신의 것을 맞춰 넣는 석율의 행동에 머릿 속이 새하얘진다. 유성우처럼 쏟아져내리는 감각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정말 물고기같네."

 

욕조 모서리에 기대 숨을 고르고 있는 와중에 뜬금없이 중얼거린다. 안경이 없어 시야가 부옇다. 짐작으로 웃고있는 것을 알았지만 목소리는 새삼 진지했다.


"뭐가요."

되묻는 목소리는 쉬어있다. 그러고도 두 번을 더 했고, 욕실에서 또 했다. 신음을 죽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그의 잠자리 스타일에 더불어, 종내에는 울음까지 터졌으니 당연했다. 뒷처리까지 마친 후 따뜻한 물을 채운 욕조에 같이 몸을 담구고 퍼져있는 중이다. 얽혀있는 다리가 자연스럽다. 등을 매끈하게 쓸어주던 손으로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준다. 머리 내린 얼굴을 좋아한다. 그는 나의, 나는 그의. 나도 그의 머리를 쓱쓱 쓸어내리며 다시 '왜 닮았다는 겁니까' 물어보니까 코를 살짝 쥐고는 '또 딱딱하게 말한다.' 핀잔을 준다. 교제를 시작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까지 깍듯하게 말하는 내 말버릇을 완전히는 못 고쳤는데 그는 그런 것을 서운해 했다.


"뭔데요, 뭔데"

"어, 방금 진짜 귀여웠어. 조르는 거 같아서. 또해봐. 응?"

"말 돌리지 말고요-"


셀쭉하니 말하자 토라져 보였던 걸까, 양 손으로 뺨을 꾹 쥐고는 '으이구 우리 백기 삐져써여?'한다. 장난치지 말라고 손을 쳐낼랬는데 얼굴을 잡은 손에 힘을 빼지 않고 단단히 잡고는 호히려 꾹 누른다. 못난이 얼굴을 만들어 놓고는 뭐가 좋은지 깔깔 웃고는 삐쭉하니 튀어나왔을 입술에 쪽- 하고 가볍게 입맞춰 준다. '왜냐하면 우리 백기는-'


"금붕어처럼 귀엽고"

"고래처럼 근사하고"

다시 쪽

"은어처럼 예쁘고"

다시 쪽쪽

"열대어처럼 예민하고"

"참치처럼 섹시하면서 맛있지."

이번엔 뺨에 힘을 풀고 쪽쪽 위아래 입술을 빨듯 물었다 떼고 그대로 깊게 입맞춘다. 팔을 뻗어 그의 목을 끌어 안으니 응답하듯 고개를 꺾어 다른 각도로 더욱 깊게 들어온다. 찰박 찰박 욕조의 물이 튄다. 꼭 바닷물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아. 따뜻하고, 안온한 어머니의 뱃속 같을 바다...

 

아니, 정말로 나의 바다는-
나를 힘껏 생기있게 만들어 주는 만드는 너의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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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어쨌든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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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끄적끄적 2014. 12. 16. 13:08

(해준백기) 제목없음

해준백기1

 

원인터네셔날 철강팀엔, 그 이름에 걸맞게 쇠로 만들어진 듯 빈틈 없는 남자가 있다. 강해준 대리. 동기들 중 누구보다 빨리 실적을 쌓았고, 가장 먼저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대리들 중 가장 높은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그는 여타 부서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인재중의 인재였다. 학벌, 태도, 업무능력 거기에 강단있는 말투와 외모까지 기본옵션. 그는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를 합쳐놓은 듯 강하고 단단하면서도 자로 잰듯 바르기만 한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는 내 직속 상사, 사수다.

 


제목없음
(해준백기)
알오버스 약간 있음 주의

 


그래, 정말 그런것 같았다. 정말 빈틈이라곤 한틈도 허락하지 않는 사람인줄 알았다. 저 사람도 인생의 희노애락을 알고 사랑이별슬픔 이런걸 겪어보긴 했을까? 하는 것이 이전까지의 솔직한 내 평가였다. 그가 두 아이를 둔 아이 아빠이자 상처한지 2년 지난 홀아비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사연있는 얼굴이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학창생활을 보내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저렇게 빈틈이라고는 없는 무시무시한 표정을 시종일관 유지한다는 것이 오히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원으로 철강팀에 발령 받은지 1년차, 아직도 업무적 실수에 대해 지적하는 그 높낮이 없는 목소리가 나는 조금은 두렵다. 일언반구의 핑계조차 허용할 수 없게 만드는 압박감이 있기 대문이다. 그러한 그의 철벽같은 갑옷을 두른 사내도, 아이의 앞에서는 한낱 아빠일 뿐이었다.


" 그래 지우야. 응응. 오늘 아빠 늦을거야. 아주머니 계실거니깐 지민이랑 같이 자고 있어. 그래 아빠 방에서 자고 있어도 돼. 침대 높으니까 안 떨어지게 조심하고."


그 다정하고 상냥한 목소리라니. 그런 소리가 강해준 대리님의 목에서 나올 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1년을 바로 옆에 붙어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다정한 아빠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강해준이라니, 나는 내가 꿈을 꾸는 건 아닌지 슬그머니 셔츠 아래 팔을 꼬집어 보았다. 따끔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이건 절대 꿈이 아니다. 어안이 벙벙한 체 서있는 내 팔을 슬그머니 잡아 당긴 한석율이 휴계실에서 전하는 말은, 그야말로 놀랄 노자였다.

 

'강대리님 아기 아빠잖아. 몰랐어 백기씨?' 역시나 동기 중 최고의 정보통 답게 그는 여러 정보를 내게 알려줬다. 아이는 둘이고, 상처한지는 2년 지났다. 입사한 해에 바로 결혼해서 주변에서는 왜이렇게 서두르냐고 우려 반 장난 반 섞인 야유를 했지만 꿋꿋하게 청첩장을 돌렸다고 했다. 상대는 동갑내기 캠퍼스커플. 큰 아이 돌 때는 떡도 돌리고, 작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밥도 샀다고 했다. 그러나 작은 아이의 돌에는 떡을 돌리지 못했다. 그의 아내는 아이의 돌도 보지 못하고 갔다고 했다. 심장병, 애초에 아이를 둘 이나 가졌던 것이 무리였었다고 했다. 그래도 부득불 낳겠다고 우기는 부인을 강대리님은, 그 천하의 강해준이 막지를 못해 먼저 아내를 보냈다고 했다. 회사 사람들이 장례식장으로 달려갔을 때, 장모의 원망섞인 곡소리와 이리저리 잡아 뜯는 손길에도 아무말도 못하고 죄인처럼 고개만 떨구고 있었다고 했다. 어쩜 사연 하나하나 다 그 같을까.


그의 사정을 내가 모르는 이유는 뻔했다. 철강팀에서 믿고 신뢰하는, 그만큼 아끼는 그의 상처를 굳이 꺼내지 않기 위해 쉬쉬해줬을 것이었다. 그게 그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부사수인 내가, 남들이 다 아는 사수의 개인사를 모르는 이유였다. 그것을 이해함에도 나는 내심 서운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애써야 했다. 그와 많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와 그의 사이에는 딱 그만큼의 거리가 있었다.

 

"장백기씨, 미국 수출건 다시 한 번 확인 좀 해줘요. 소식이 없는게 아무래도 선박이 늦게 들어온게 아닌가 싶은데,"

"그거 조금 전에 확인했습니다. 대리님. 그쪽에서 메일 보냈어요. 기상 상황으로 조금 늦어질 것 같다고 합니다. 현지 납품 쪽에는 미리 연락해 두었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3시간 내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좋아요, 과장님한테 그대로 보고드리고, 이만 퇴근해도 좋습니다. 하던 거 정리하고 그만 가죠."

 

잔에 남은 커피를 마저 털어넣고 피곤한듯 고개를 돌리는 그에게서 우드득 하는 뼛소리가 났다. 요즘 그는 전에는 볼 수 없던 피로한 모습을 종종 보이고는 했다.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그래서 더 마음이 쓰였다. 천성이다 천성. 예전부터 안 그렇게 생겨서 오지랖 넓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회사에서 안 그려고 자제중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려고 하고 있다.


"피곤해 보이십니다 대리님. 괜찮으시면 맥주라도 한잔 하고 가실래요?"

"아뇨 나도 그러고 싶은데, 집에서 애들이 기다려서 안될것 같습니다."


그의 입에서 '아이들'이란 말이 나올줄은 몰랐다. 불시에 공격을 당한 것 처럼 대꾸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자 그가 슬쩍 웃는다. 아마 내가 또 바보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겠지.


"나 애 아빠예요. 장백기씨한테 말 안했나? 애들이 외가에 있다가 사정이 있어서 지금 우리집에 있거든. 당분간 일찍 들어가봐야 해서. 맥주는 다음에 마시죠. 주말 잘 보내고, 월요일에 봅시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월요일이 아닌 주말의 소란스러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였다. 오랜만에 만난 누나는 동생에게 뭘 그렇게 잔소리 할 것이 많은지, 회사 생활은 괜찮은지, 애인은 아직도 없는지, 약은 잘 챙겨 먹는지, 쫓아다니는 변태 알파는 없는지 이런 별 시덥잖은 것까지 시시콜콜 종알거리고 있었다. 일일이 그러나 성의없이 대꾸해주다 까분다며 팔뚝을 맵게 맞고는, 얼얼한 팔을 문지르며 더이상 누나가 잔소리 하지 못하게 조카를 얼른 안아 들어 무릎에 앉혔다.


"경준아 너네 엄마 왜이렇게 잔소리가 많니? 누가 아줌마 아니랄까봐 갈수록 잔소리만 는다 그치? 너 나중에 크면 진짜 힘들어서 어떡하냐."


아직 말은 커녕 옹알이도 제대로 못하는 조카는 내 말을 알아 들었는지 꺄르르 웃는다. 누나는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 한다고 핀잔을 주면서도 목소리가 많이 누그러졌다. 이제 잔소리는 안 할 모양이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두르며 옷깃을 잡으며 옹알이를 하는 아이에게 눈을 돌려 우르르 까꿍 하며 얼러주자 또다시 웃음이 터진다. 아이가 좋다. 예쁘다. 사랑스럽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오메가의 본능이다. 내 조카 뿐만이 아니라 아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예뻐한다. 한때는 이런게 싫어서 아이를 보고고도 얼굴 풀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이제는 팔자려니 한다. 예쁘고 천진난만한 애들이 좋은걸 어떡하란 말인가. 오메가 특유의 향 때문일까. 아이들도 나를 좋아한다. 이제 두돌인 조카 경준이는 제 엄마보다 나랑 붙어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신생아 시절 누나가 몇시간을 업고 있어도 잠투정을 부리던 아기를 내가 안고 있은 지 5분만에 재웠을 때는 누나도 혀를 끌끌 차며 타고난 본성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강대리님네 아이들도 날 좋아할까. 생각해 놓고도 어이가 없어 화들짝 놀라 양뺨을 찰싹 쳤다. 저를 잘 안고 있던 삼촌이 갑자기 자해 비슷한 것을 하니 경준이가 깜짝 놀란다. 이내 장난을 치는 줄 알고 꺄르르 웃으며 내 뺨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물주물한다. 아이고 예쁜 거. 손을 아프지 않게 물어주니 또 웃음이 터진다.

 

"백기 너도 얼른 결혼해야지. 엄마 아는 사람들도 난리래 너 왜 빨리 결혼 안 시키냐고. 소개시켜주겠다는 사람도 줄섰다던데, 엄마가 뭐라고 안해?."


"누나는, 나 아직 서른은 커녕 이십대 후반 막 됐는데 결혼은 무슨. 동기들 다 일 하느라 바뻐. 우리 회사가 얼마나 일이 많은데 결혼이야."

 


누나는 뭔가 더 말을 꺼내려다 입을 다문다. 그러나 말을 안 한다고 모를까. 나는 오메가고, 알파 혹은 베타를 만날 거고, 흠이 없는 우성 오메가이므로 정상적이라면 알파를 만나 아이를 낳을 테니 결코 이르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겠지.

아버지는 베타다. 엄마는 오메가고. 베타지만 아버지는 능력있는 사람이었고, 그 증거로 엄마랑 결혼했다. 당연히 나는 베타 누나가 오메가로 나왔어야 했는데, 거꾸로 됐다. 그러나 나는 엄마처럼 베타랑 결혼하길 꿈꾼다. 알파한테 의존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능력이 있으면 되는거 아냐? 아직까지 내 의견은 그렇다. 눈알을 굴리며 나를 보는 누나를 피해 딴청을 하는데, 익숙한 옆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생각을 거치기 전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강대리님"

 

얼른 돌아보는 그 얼굴은 강해준 대리님이 맞았다. 그도 놀랐는지 '장백기씨'말하는 목소리 끝에 의문이 붙어있다. 그러고 보니 이 동네에 산다고 그랬었지.

 

"누나 집이 이 근처라서요. 누나랑 조카랑 같이 외식 중입니다."

"아 그렇군요. 나는 아이들과..."

 

시선을 내리니 아이하나가 제 아빠의 바지를 꼭 붙잡고 있다. 그러고 보니 품에는 여자아이 하나가 안겨있다. 쟤들이 지우랑 지민이구나.

 

"백기야"

 

누나가 어깨를 툭 치자, 그제야 누나한테 강대리님에 대해 소개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누나의 얼굴엔 궁금함이 가득해 보였다.

 


"대리님 저희 누나랑 제 조카입니다. 누나, 같은 팀 내 사수이신 강해준 대리님이셔."

"안녕하세요. 장백기씨와 같은 철강팀에서 일하는 강해준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백기 누나예요. 아이들이랑 같이 외식나오셨나봐요?"

"네. 그런데 아무래도 사람이 많아서..."

"어머, 저희랑 합석하세요. 일찍와서 넓은 자리로 안내받았거든요. 애들이야 아기의자 달라고 하면 되죠."

 


아 망했다. 내 오지랖 유전이었지. 대리님 말을 끊고 쾌할하게 권하는 누나 때문에 슬쩍 대리님 눈치를 봤다. 다행이 기분 상한거 같지는 않은데... 괜히 내가 조마조마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나는 다시 한번 권하며 이제는 서버를 부르고 있다.

 


"아 누나 좀... 대리님 곤란하시게..."

"네 감사합니다. 그럼 동석하겠습니다. 밖이 추워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었습니다."

 

의외의 대답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누나가 우리자리로 온 서버한테 유아용 체어와 메뉴판을 부탁하는 동안 내 옆자리에 앉는 대리님을 빤히  쳐다보는데 오히려 무슨 일이냐는 듯 아무런 표정없이 나를 본다. 세상에 이 분 요즘 나한테 새로운 모습 참 많이 보여주시네. 아무렇지도 않게 서버한테 자신의 몫과 어린이 세트 하나를 주문하는 그를 어이 없다는 듯 잠시 더 쳐다봐줬다.

 

"아부부... 마마.."

 

경준이가 갑자기 보챈다. 아마 또래를 보기 힘든 외동이라 형 누나들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유아용 의자에 앉고 있는 아이들이 신기한지 양 팔을 뻗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워서 한쪽 손을 꼭 잡아줬다. '형아랑 누나 보니깐 신기해 우리 경준이?' 유리알 같은 아이의 눈이 나를 쳐다보다 다시 아이들을 가리킨다. 큰 애를 쳐다보며 물었다.

 


"우리 오빠는 몇살일까? 이름이 뭐야?"

 


경준이가 보채는 걸 보고 있다 내가 묻는 질문에 아이가 놀란다. 제 아빠가 아니라 자기에게 직접 물으니 놀란 모양이다. 답을 재촉하지 않고 살짝 웃어주며 보고 있자 제 아빠를 한 번 보고는 대리님이 고개를 끄덕여 주자 조그맣게 대답한다. '강지우... 다섯살이요....' '지우야 안녕? 동생은? 예쁜 공주님은 몇살이에요?' 여자아이라 숫기가 없는지 제 아빠한테 안아달라고 보챈다. 대리님이 얼른 품에 안아 주자 가슴팍으로 고개를 쏙 숨겼다. 지우가 대신 대답해준다. '동생은 지민이에요. 세 살.' '그래? 지민아 안녕? 오빠가 씩씩하네.'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자 아이가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큰 아이는 영락없이 대리님과 닮았다. 살짝 처지고 동그란 눈매도, 아직 작지만 오똑한 콧대도, 어린 아이지만 제 아빠처럼 강단있는 분위기다. 알파. 비교적 형질 발현이 빠른 알파이니 분명 이 아이도 대리님처럼 알파겠구나. 그제서야 대리님이 생각나 고개를 들어 얼굴을 봤다. 지금 상황이 재밌는지 회사에서는 못본 풀린 얼굴이다. 그러면서 계속 가슴에 안긴 딸아이의 등을 슬쩍슬쩍 쓰다듬어주고 있다. 언뜻 본 작은 아이는 대리님과 닮은 듯 이목구비가 조금 다르다. 아마 먼저간 부인을 닮았을 것이다.

 


"장백기씨는 아이를 좋아하나봅니다."

"네... 귀엽잖습니까."

 

시선이 느껴져 앞을 보니 누나가 재밌다는듯 방글거리며 웃고 있다. 저 입에서 '오메가니까 당연히 아이를 예뻐하죠.'라는 말이 안 튀어나와 다행이다. 나는 회사 어떤 사람한테도 내 형질을 커밍아웃할 생각이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선 눈치빠른 한석율이나, 의무실의 간호사선생님 빼고는 내 형질을 아는 사람이 회사 내에는 없다. 나는 입단속 하란 의미로 살짝 눈썹을 찌푸려 주고는 경준이를 고쳐안았다. 제 바로 옆에 있는 지민이가 신기한지 계속 뭐라고 옹알이를 하고 있다. 지민이도 낯가림이 좀 풀렸는지 저한테 뻗힌 경준이의 손을 살짝 잡아본다. 일련의 소란이 끝난 후 식사가 다시 시작됐다. 누나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재잘재잘 내 어릴 적 얘기부터 매형 얘기 까지 끊임없이 수다를 떨어댄다. 이 누나가 이렇게까지 말이 많았나. 다행이 대리님은 적당히 대꾸를 하며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있다. 덜어준 그릇의 감자튀김을 얌전히 먹고 있던 지민이가 포크로 새 감자를 콕 찍어서는 나한테 내민다. 이젠 친구 해도 괜찮단 소리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어주며 앙 먹어줬다. 내 품에서 보고있던 경준이도 질세라 온 케챱을 뭍이며 먹고 있던 감자튀김을  쥐고 나한테 내민다. 아이고 이 아기악마 같으니라고. 세탁하기 쉬운 셔츠를 입고 와서 다행이다. 그래도 애가 서운할까봐 손으로 주는건 얼른 먹고 냅킨을 찾으려니 옆에서 대리님이 아까 직원이 갖다준 물티슈를 내민다.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와 필요 없다고 쓰지 않은 거였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내 옷을 닦기 전에 얼른 경준이 손부터 깨끗하게 닦아준다. 애 엄마는 느긋하게 커피나 마시면서 이걸 보고만 있다. 내가 경준이만 아니면 누나를 안 만날텐데 으휴. 경준이 손과 입가를 다 닦아주고는 내 자리에 있던 냅킨으로 옷을 대충 닦았다. 그리고는 케챱이 있던 그릇을 멀리 옮겨놨다. 디저트로 나오는 아이스크림은 그냥 내가 먹여줘야지. 얼룩이 질까봐 누나한테 경준이를 안기고 화장실로 갔다. 일어서는데 지민이가 '쉬-'한다. 대리님도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하고는 나를 따라나섰다. 흘낏 지우를 보는데 의젓하게 남은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 괜찮다는 듯 제 아빠한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대단한걸? 역시 강해준 주니어는 다르구나.


셔츠를 바지에서 빼서 물로 행구고 있는데 화장실 칸에서 대리님과 지민이가 나온다. 아이의 손을 씻어주고는 자기 손도 닦은 대리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건다.

 


"오늘 고맙습니다. 장백기씨."

"예?"

"아이들한테 잘 대해준 것 말입니다. 지우도 지민이도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편하게 식사했습니다."

"아뇨. 뭐... 아이들이 워낙 얌전한데요."

 

대리님 품에 안긴 지민이를 본다. 살짝 웃어주니깐 마주웃어준다. 대리님이 갑자기 아이를 안지 않은 손으로 내 팔을 살짝 잡았다.


"조심해요 장백기씨."

"예?"

 

아 또 멍청하게 예? 하고 대답했어... 하는 자아성찰을 할 틈도 없이 이어지는 말에 더 멍청하게 입이 벌어진다.

 

"아이들 앞에서 너무 방심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형질이 조금 개방 되어도 잘 티는 나지 않겠지만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선 조심해야할것 같습니다만."

 

대답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고 있자 어깨를 몇번 두드리고는 '아마 거의 눈치 못챘을 겁니다 대부분. 저도 아까 테이블 앞에선 반신반의 했으니까요.'

 

정신없는 식사가 폭풍처럼 몰아쳐 지나가고, 덕분에 어색할 사이도 없었다. 가지고온 누나 차로 집까지 태워다 준다는데도 대리님은 폐를 끼친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누나가 '춥잖아요. 애들 감기걸려요.' 하는 소리에 그제서야 고집을 누그려트린다. 내가 아는 강해준 대리님은 '각'이라는게 항상 존제하는 사람인데, 아무래도 아이들 앞에서는 그 각도 무력화 되는 모양이었다. 잠깐사이에 잠든 지민이를 안고, 지우의 손을 잡은 대리님이 고개를 숙여 누나에게 인사하고 '장백기씨, 월요일날 봅시다' 인사하고 아파트 쪽으로 발을 돌리는 것을 보고 차를 돌려 나왔다. 단지를 빠져 나오는데 누나가 갑자기 엉뚱하게 말을 건다.

 


"애 딸린 알파는 안돼."

"뭐래는거야 이 아줌마가."

"너 말이야 너. 아무리 잘생기고, 능력있어도 애 딸린 알파는 안돼. 니가 뭐가 모잘라서."

 


그 '애 딸린 알파'가 강대리님을 뜻하는 걸 알고는 뜨악한 표정으로 누나를 보며 말했다.

 


"누가 뭐래? 밥 잘먹고 왜 쉰소리야. 소화 안돼?"

"암튼... 근데 뭐야? 돌싱? 이혼남?"

"상처하셨어."

"흐음... 이혼남보단 나은데.... 아 그래도 애 딸린 남자는 안돼. 하나도 아니고 둘이잖어. 엄마아빠 알면 기절감이야 기절."

 


헛소리 하지 말라고 왁왁 거리는 나를 여전히 의심이 가시지 않는 눈으로 보는 누나를 가볍게 무시해주고. 아까 화장실에서의 대화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애 앞에선 나도 모르게 페로몬을 흘리는 걸까? 아마도 오메가이기 때문에 본능적인 행동일거다. 오메가의 본능 중 가장 강한건 무엇보다도 모성이니깐. 의도치 않게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알파한테 커밍아웃을 한 셈이 돼버렸다. 그가 함부로 떠들고 다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만... 아니 그건 그렇고 무려 오메가 페로몬을 맡고도 대리님은 어쩜 그렇게 멀정하신거지?

 

 

 

---

오메가버스, 해준백기(대리백기)

강해준은 침착하고 차분하지만 다정한 아빠일거 같다. 장백기는 다정하고 아이들을 예뻐하고 좋아하는 (새)엄마가 될 것 같다. 알파와 오메가로 끌려서 눈이 맞아 만나고, 부대끼고, 마침내는 이루어지겠지만, 누구보다 이성적인 사람과 따뜻한 사람의 만남이니까 오히려 둘 사이에 아이는 늦게 가지지 않을까? 지민이가 백기를 완전히 엄마로 인정하고 사랑을 뺏길까 불안하지 않아도 될 때쯤. 백기는 애들을 진짜 예뻐해서 잘때도 해준과에 사이에 두고 넷이 잘 것 같다. 속타는건 애기들 꼭 끌어안고 쌕쌕 잠든 백기 보고도 도나 닦아야 하는건 강대리님일듯ㅋㅋ 아침에 애들이 깨기 전에 일어나서 눈마주치고 몰래 뽀뽀 쪽쪽 하는 거라든가, 애들 할아버지 댁에 보내놓고 그동안 쌓인 회포 풀겠다고 하루종일 백기 안 놔주고 침대에서, 거실에서, 부엌에서 몸부터 부딫히는 대리님도 보고 싶음. 대리님... 지우아빠... 힘들어... 그만해요...응? 울며 애원하는 백기한테 입맞추고 오늘은 안 봐줘. 귀에 속삭이고 다시 가슴 지분거리고 백기 기절할 때까지 괴롭힐듯. 그러다 다음날 힛싸까지 터지고... 백기의 허리는 하늘나라로.... 애들 다 재우고 다른 방이나, 서재나 이런데서 대리님이 들이대면 백기는 소리도 크게 못내고 어깨나 치면서 애들 깨요... 나중에... 말려보지만 대리님이 섹시하게 너만 앙앙 거리지 않으면 아무도 안 깰걸? 하고는 입술로 입을 막아버리고... ㅎㅂㅇ로 한 손으론 백기 입 막고 한 손으론 가슴 지분거리면서 콱콱 박으면서 잔뜩 느껴서 거친 숨만 내뱉는 섹시한 대리님도 좀 보고싶네. 애들 깰까봐 손 떼라고도 못하고 뒤에서는 퍽퍽 쳐주고 대리님 숨소리도 섹시하고... 하... 존나 좋구나...아이를 낳으러 백기가 들어갈 때, 전부인 하늘로 먼저 보낸게 생각난 대리님은 트라우마로 거의 넋이 나가버릴듯. 그리고 산모도 아이도 건강합니다. 하는 소리 들으면 땀에 머리가 젖어 붙은 백기 이마에 입맞추고 눈물 비추면서 고맙다고 속삭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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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끄적끄적 2014. 12. 15. 11:05

(석율백기) 남은 자리

죽을 것 같은 고통이란 이런걸까 라고 백기는 생각했다. 제 하부는 이미 감각이 없을 정도로 얼얼했고, 씹히고 물어뜯긴 곳곳의 피부가 쓰렸다. 무엇보다도- 뱃가죽 안쪽 어디에선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열기는 제 온 내장은 물론이고 뇌까지 얼얼하게 녹여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제 위에 있는 사내의 아이같이 천진한 미소로 눈가에 쪼아주는 입맞춤에 비로소 안도하게 되는 제 몸뚱이를, 머릿속을, 마음을 어찌할 줄을 몰라 백기는 눈을 감아 버렸다.

 


남은 자리
(석율백기)

 


"장백기 좋은 아침!"

 

체중을 실어 어깨에 걸쳐지는 팔에, 허리가 지잉- 하고 울렸다. 순간 뻗뻗하게 굳는 몸에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 같아, 백기는 석율을 살짝 노려보았다. 아차싶은 석율이 어깨 동무한 손으로 그대로 미안하다는 듯 백기의 팔을 쓸어 내려주며 허리를 살짝 감아 단단히 잡아 주었다.


"미안, 많이 안 좋아?"

"좋겠습니까? 어제 몇시까지 그러다 간줄은 기억해요? 한석율씨 체력이 굉장히 좋으신가봐요. 아주 멀쩡하시네"

"아니- 나는 금방 끝내려고 했지... 끝내려고 했는데 나 붙잡은건 자기잖어. 응? 그리구 그냥 자구 간다는걸 기어코 얼른 씻고 옷 갈아입고 출근하라고 내쫓은게 누군데 그래. 장백기씨 너 나 아니었음 어제 엄청 곤란했을거면서 이러기야?"


허리에서 아픈 곳을 기가막히게 찾아내서는 주물주물 마사지해주며 얄미운- 그렇지만 거짓 없는 소리를 주절거리는 석율이 미워서, 백기는 석율의 팔뚝을 맵게 내리쳤다. 금방 울리는 몸에 소리없는 비명을 속으로 내뱉었지만. 남의 속도 모르고 석율은 '백기씨 왜그래? 그러게 왜 무리하게 힘을 쓰고 그래. 폭력은 안 좋은 거라니깐. 봐봐요 응?응?' 하고 고개를 드리밀고 있다. 간신히 오전에 회의가 있어서 준비해야 한다면서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내빼는 백기의 뒷 모습을 보며 석율은 늘 그렇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휘휘 저었다. '쫌있다 옥상에서 담배 한대 해 백기씨!'


"칠칠치 못하기는. 목에 자국 다 보이는데."


흐뭇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뒤돌아 16층으로 향하는 석율의 발걸음이 가볍다. 제것이라는 표시로 남겨둔 목의 울혈은 물론이고 어깨동무하며 맡은 백기의 목덜미의 체취는, 어제까지 풍기던 달콤한 향이 아닌, 자신의 몸에서 나는 알싸하고 시원한 향으로 바뀌어 있었다. 당분간 기웃거리는 알파나 베타는 없겠지. 우리백기씨 큰일이야. 그렇게 달달한 향을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니 내가 낼름 안 집어가구 베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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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율/백기. 오메가버스 세계관
우성 알파 석율이, 열성 오메가 백기. 누가 봐도 바늘 하나 들어갈 것 없는 알파처럼 생겨서는 소녀같은 속내같이 오메가인 백기. 가정교육 잘 받은 모범생 답게 어려서부터 오메가로서 몸가짐도 잘 배운데다 열성 오메가라 체향도 별로 강하지 않은 백기의 페로몬향을 석율이가 히트싸이클 기간에 기가막힌 감각으로 나홀로 캐치하고 날름 잡아먹는다는 썰.
석율이는 능글능글하고 속내도 검지만, 속이 말랑말랑하고 순한 백기한테는 다정하고 따뜻하게 굴었으면 좋겠다. 추워서 빨갛게 달은 손을 슬쩍 보고는 얼른 잡아서 자기 주머니에 넣어 준다든가... 백기가 부끄럼에 안그래도 추워서 빨간 귀가 더 빨게지면 웃으면서 귀에다 입맞춰 주겠지.....

제목에 대한 얘기도 쓰려고 했는데 뒷 얘기를 못 풀어내는 바람에 그냥... 근데 새드엔딩으로 생각한건 아님ㅇㅇ 새드엔딩 싫어여... 해피해피가 좋다능... 이 글은 뒷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합쳐서 긴 글 카테고리로 옮겨야지.

해준백기 글좀 써보려고 블로그까지 팠으나 석율백기... 이미 잣잣한 사이잖아요... 막 사람 있거나 말거나 더듬는 사이잖아요... 안 쓸 수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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